컴퓨터를 쓰다가 잠깐 밥을 먹고 오거나 다음 날 아침에 마우스를 흔들어서 모니터를 켰을 때, 화면은 정상적으로 들어오는데 우측 하단 인터넷 아이콘에 뜬금없이 ‘지구본 모양(연결 안 됨)’이 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선이 뽑힌 것도 아니고 공유기가 고장 난 것도 아닌데, 꼭 절전모드에서 깨어날 때만 유선 인터넷이 먹통이 됩니다. 당장 급하게 메일을 보내거나 게임을 켜야 하는데 인터넷이 죽어버리니, 울며 겨자 먹기로 컴퓨터를 통째로 재부팅해야만 다시 연결되는 답답한 상황을 많이 겪어보셨을 겁니다.
이 증상은 메인보드나 랜카드가 물리적으로 고장 난 것이 절대 아닙니다. 윈도우 11이 전기를 아끼겠다고 절전모드에 들어갈 때 랜카드의 전원까지 끄고 재워버렸는데, 막상 컴퓨터를 깨울 때 이 랜카드 녀석을 다시 깨우는 것을 깜빡해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소프트웨어 엇박자 버그입니다. 랜카드 교체나 기사님을 부를 필요 없이, 윈도우 설정 몇 개만 딸깍 만져주면 평생 안 겪을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알려드릴 테니 그대로만 따라 해 보세요.
1. 장치 관리자에서 랜카드 전원 절약 기능 강제 차단
가장 먼저 윈도우가 랜카드를 제멋대로 재워버리지 못하도록 멱살을 잡고 권한을 뺏어와야 합니다. 이 설정 하나만 꺼주셔도 증상의 80%는 해결됩니다.
화면 맨 좌측 하단에 있는 창문 모양의 [윈도우 시작 로고]를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우클릭합니다. 그러면 까만색 메뉴창이 길게 튀어 오르는데, 여기서 중간쯤에 있는 [장치 관리자(M)]를 클릭해서 열어주세요.

장치 관리자 창이 열렸다면, 수많은 영어 목록 중에서 [네트워크 어댑터]라는 항목을 찾아서 왼쪽의 작은 화살표(>)를 눌러 목록을 쫙 펼쳐줍니다. 펼쳐진 목록 중에서 본인이 현재 사용 중인 유선 랜카드 이름을 찾아야 합니다. 보통 ‘Realtek PCIe GbE Family Controller’나 ‘Intel(R) Ethernet Connection’ 같은 이름으로 적혀 있습니다. 블루투스나 WAN 미니포트 같은 건 무시하시고, 이 유선 랜카드 이름을 더블클릭해 주세요.
새로운 속성 창이 하나 뜰 겁니다. 창 위쪽 탭 메뉴들 중에서 맨 오른쪽에 있는 [전원 관리] 탭을 클릭합니다. 화면을 보면 “전원을 절약하기 위해 컴퓨터가 이 장치를 끌 수 있음”이라는 항목에 V표 체크가 되어 있을 겁니다. 윈도우가 맘대로 인터넷을 끊어버리는 주범입니다. 이 체크 표시를 클릭해서 반드시 빈칸(해제)으로 만들어 주신 후 아래의 [확인] 버튼을 눌러주세요.
2. 절전형 이더넷(EEE) 및 친환경 기능 비활성화
앞서 전원 관리 탭을 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증상이 나타난다면, 랜카드 자체에 내장된 친환경(Green) 절전 기술이 윈도우 11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아까 열었던 랜카드의 [속성] 창으로 돌아갑니다. 이번에는 전원 관리가 아니라 [고급] 탭을 클릭해 주세요.

고급 탭 안에는 수많은 영어 설정값들이 스크롤로 길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면서 아래의 세 가지 속성 이름이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세요. (랜카드 제조사마다 이름이 다를 수 있으며, 만약 아래 항목이 아예 없다면 해당 기능이 없는 랜카드이니 당황하지 마시고 이 단계는 쿨하게 넘어가시면 됩니다.)
- Energy Efficient Ethernet (또는 절전형 이더넷)
- Green Ethernet (또는 절전 이더넷)
- WOL 및 종료 링크 속도
이 항목들을 하나씩 클릭해 보면 오른쪽에 [값(V)]을 설정하는 박스가 있습니다. 이 값을 클릭해서 ‘사용(Enabled)’으로 되어 있는 것을 모조리 ‘사용 안 함(Disabled)’ 또는 ’10 Mbps 먼저 속도 저하 안 함’ 등으로 변경해 줍니다. 랜카드가 스스로 전력을 낮추려는 행동을 원천 봉쇄하는 작업입니다.
3. 고급 전원 옵션에서 PCI Express 절전 끄기
데스크탑 내부를 보면 랜카드는 메인보드의 PCI Express라는 통로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윈도우 자체 전원 관리 시스템이 이 통로의 전기를 끊어버리면 랜카드가 깨어나질 못합니다.
키보드에서 [윈도우 키]를 누른 뒤, 검색창에 제어판이라고 타자를 쳐서 제어판 앱을 실행합니다. 우측 상단의 보기 기준을 ‘큰 아이콘’으로 바꾼 뒤, [전원 옵션] 아이콘을 클릭해서 들어갑니다.

현재 동그라미가 쳐져서 선택되어 있는 전원 관리 옵션(예: 균형 조정 또는 고성능) 바로 오른쪽에 있는 파란색 글씨인 [설정 변경]을 클릭하세요. 그다음 화면에서 아래쪽에 있는 [고급 전원 관리 설정 변경(C)]을 클릭하면 작은 창이 하나 새로 뜹니다.
스크롤을 중간쯤 내리다 보면 [PCI Express]라는 항목이 보입니다. 옆의 ‘+’ 버튼을 눌러 펼치면 하위 메뉴로 [링크 상태 전원 관리]가 나옵니다. 이것도 ‘+’를 눌러 펼쳐주세요. 설정값이 보통 ‘보통 전원 절약’이나 ‘최대 전원 절약’으로 되어 있을 텐데, 이것을 클릭해서 [해제]로 바꿔줍니다. 그다음 [적용]과 [확인]을 차례대로 눌러 창을 닫아주시면 됩니다. 만약 이 작업을 마친 후에도 컴퓨터 전원을 껐을 때 본체 불빛이 계속 켜져 있어서 신경 쓰이신다면, 제가 예전에 정리해 둔 컴퓨터 껐는데 마우스 불빛 계속 켜져서 잠 못 잔다면? 불량 아닙니다 글을 참고하여 메인보드 대기 전력까지 깔끔하게 차단해 보시길 권장합니다.
4. 완벽한 절전모드 해제 후 인터넷 안됨 해결을 위한 캐시 청소
위의 3단계 하드웨어 설정을 모두 마쳤다면, 마지막으로 엉켜있을지 모르는 윈도우의 네트워크 찌꺼기(캐시)를 날려버려서 컴퓨터의 두뇌를 상쾌하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화면 하단 작업 표시줄의 돋보기 아이콘을 누르거나 시작 버튼을 누르고 cmd라고 타자를 칩니다. 검색 결과에 [명령 프롬프트]라는 검은색 아이콘이 나올 텐데, 마우스 왼쪽 클릭으로 그냥 실행하지 마시고, 반드시 우측에 있는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을 클릭해서 열어주세요. “이 앱이 디바이스를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시겠습니까?” 창이 뜨면 [예]를 누릅니다.
검은색 도스 창이 열리면, 아래의 명령어 두 줄을 순서대로 하나씩 타자 치고 엔터(Enter) 키를 눌러주세요. 오타가 나면 안 되니 천천히 치시면 됩니다.
DOS
ipconfig /flushdnsnetsh winsock reset두 번째 명령어까지 입력하고 나면 “성공적으로 초기화했습니다. 컴퓨터를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창을 닫고 컴퓨터를 딱 한 번만 깔끔하게 재부팅해 주세요.
이제 모든 수리가 끝났습니다. 앞으로는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자고 일어나서 마우스를 흔들어 컴퓨터를 깨워도, 지구본 모양 없이 유선 인터넷이 곧바로 쌩쌩하게 연결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네트워크 어댑터 자체가 계속해서 말썽을 부린다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네트워크 연결 문제 해결 가이드를 참고하여 윈도우 자체 문제 해결사를 돌려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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